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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놈·질긴놈·무서운놈

주부 이모(39)씨는 얼마 전 애완견이 토해 놓은 토사물에 라면처럼 꼬불거리는 하얀 물체를 보고 기겁했다. 놀란 이씨는 동물병원에 문의했더니 개회충인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무엇보다 아침저녁으로 강아지를 물고 빠는 아들 녀석이 감염되지 않았을지 걱정돼 얼른 구충제를 사다 먹였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 감염 경로와 증상은

자녀의 위생 상태에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1년에 봄, 가을 구충제 복용'을 불문율처럼 지킨다. 심지어 두 달에 한 번 정도 구충제를 먹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 날생선이나 날고기를 먹고 난 뒤 구토와 소화기 장애, 발열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기생충 감염이 의심되므로 병원을 찾아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연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용태순 교수가 실시한 기생충 감염 실태 조사(2001년)에 따르면 한국인에게 많은 기생충은 간흡충, 요코가와 흡충, 요충, 머릿니 순이었다.

간흡충은 일부 하천이나 댐 유역 주민 가운데 10% 정도가 감염됐다고 보고됐으며, 크기가 1㎜ 정도의 장흡충은 바닷가나 섬 지역에서 수 천 혹은 수 만 개까지 다량으로 감염돼 소장에 기생한다. 또한 한국에서 발생률이 유독 높은 참굴큰입흡충의 경우 전남 일부 섬 지역에서는 주민의 70%가 감염되기도 했다.

기생충 감염 경로는 다양하다. 우선 포낭, 충란, 유충 등을 음식물 등과 함께 섭취해 감염된다. 회충과 요충, 간흡충, 유구조충 등 여러 기생충이 이런 방식으로 감염된다. 또 구충의 유충, 주혈흡충의 유충처럼 피부를 뚫고 들어와 감염되는 경피 감염이 있고, 말라리아와 같이 매개체가 되는 절지동물에 물려 감염형이 혈관 안에 침입하는 매개체에 의한 감염이 있다.

이밖에 폐포자충처럼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거나 톡소포자충처럼 임신 중 태반을 통해 감염되기도 하고, 질편모충 등은 성행위를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증상이나 합병증은 기생충 종류나 감염 정도, 기생 부위, 환자 건강상태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별 증상이 없는 경우부터 가벼운 소화기 계통 증상에 머물기도 한다. 반면 발열, 오한, 근육통, 빈혈, 무기력증 등의 전신 증상이나 여러 신경 증상도 나타날 수 있고, 선천성 기형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심하면 혼수상태나 목숨을 잃게 만드는 기생충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구충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면 상당수 기생충은 치료할 수 있다"면서도 "구충제 한 알로 모든 기생충이 박멸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날생선과 날고기를 먹고 난 뒤 구토와 소화기 장애, 발열 등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 기생충 감염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

■ 우리나라에 흔한 기생충과 치료법은

간흡충은 익히지 않은 민물고기를 통해 감염된 뒤, 간 속 담관에 기생한다. 간흡충에 감염되면 소화 불량, 허약, 상복부 불쾌감이 나타날 수 있다. 담관암과 담관염 같은 합병증이 발병하기도 한다. 국민의 2.9%가 감염되는 매우 흔한 기생충으로, 디스토시드로 치료한다.

개회충은 익히지 않은 가축의 간을 통해 감염된 뒤, 간과 폐, 눈에 기생한다. 개회충에 감염되면 열과 감기 증상, 상복부 불쾌감이 나타날 수 있다. 아주 흔한 기생충으로 알벤다졸(일반 구충제)로 치료한다.

폐흡충은 익히지 않은 민물 게와 민물 가재를 통해 감염된 뒤, 폐와 늑막에 기생한다. 폐흡충에 감염되면 기침, 가슴 통증, 피 섞인 가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뇌막염과 간질 발작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흔한 기생충은 아니며, 디스토시드로 치료한다.

회충은 채소에 붙어 있거나 먼지에 섞여 사람의 입으로 침입한다.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는데, 특히 온난 다습한 지방에 많다. 기생하는 숙주의 이름에 따라 돼지회충, 개회충 등으로 구분한다. 여러 장기에 들어가 합병증을 일으킬 우려가 있지만, 일반 구충제로 치료할 수 있다.

구충은 십이지장에 기생해 '십이장충'이라고도 부르며 붉은 반점과 물집이 생긴다.

요충은 암컷이 사람 장 안에서 산란하지 않고 대장에서 내려와 항문 밖으로 기어 나와 항문 주위의 피부나 점막에 알을 낳는다. 어린이, 특히 유치원에 갈 무렵의 유아에게 감염률이 높다. 예방하려면 손을 깨끗이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음식을 먹기 전에 반드시 손을 씻기고 손가락을 빨지 않도록 아이를 주의시킨다. 알벤다졸, 메벤다졸 등 일반 구충제로 치료한다.

편충은 회충ㆍ구충 등과 함께 토양을 통해 감염되는 기생충이다. 여러 개의 개체가 기생하면 빈혈과 설사, 복통, 충수염을 일으킨다. 예방하려면 손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채소를 깨끗이 씻어 먹는다. 역시 알벤다졸과 메벤다졸 등 일반 구충제로 치료할 수 있다.

이 밖에 익히지 않은 생선을 통해 감염되는 아니사키스, 광절열두조충 등과 익히지 않은 탕側慈藪?쇠고기를 통해 감염되는 유구조충, 낭미충, 무구조충 등이 있다. 이런 기생충은 흔하지 않지만 일단 감염되면 내시경이나 수술로 제거해야 하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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