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車 잘 사고 싶으면 車생각 대신 딴생각 하라 |
네덜란드 연구팀 “뇌 쉬게 할수록 판단 좋아져” “지나치게 심사숙고하면 되레 판단 그르칠수도”
[조선일보 이영완 기자] 자동차를 살 때 아무리 설명서를 꼼꼼히 살펴봐도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럴 땐 일단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다. 그 사이 뇌에서 정보를 정리하고 잊고 있던 기억들과 연결시켜 제대로 된 판단을 하게 해준다는 것.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의 압 데이크스테르하위스 교수팀은 상품을 구매할 때 어떻게 해야 최선의 판단을 할 수 있는지를 심리실험과 함께 실제 소비자들의 쇼핑 만족도 조사를 통해 알아봤다. 그 결과 연구팀은 “살지 말지 끝까지 고민하는 것은 주방용 장갑처럼 간단한 판단에 적합하며, 자동차처럼 어려운 판단을 할 때는 잠시 고민을 접고 무의식에 맡기는 게 좋다”고 17일자 ‘사이언스’지(誌)에서 밝혔다. 데이크스테르하위스 교수는 어려운 판단을 할 때는 당시에 입수한 정보와 함께 무의식적인 사고과정에서 형성되는 요인들도 필요하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대학생들에게 가상의 자동차 4종에 대한 설명서를 읽고 4분간 고민을 한 뒤 선택을 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선택을 쉽게 하기 위해 연비나 내부공간 등 단 4가지 특성만이 적힌 설명서를 만들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누가 봐도 월등한 한 모델을 선택했다. 다음 실험에서는 설명서의 항목을 12개로 늘려 판단을 어렵게 했다. 그러자 가장 좋은 모델을 선택하는 비율이 눈감고 찍는 수준인 25%로 줄었다. 반면 같은 실험에서 최종 판단을 하기 전에 4분간 퍼즐게임을 하게 하면 60%가 최고의 모델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판단을 할 때는 무작정 고민을 하기보다는 잠시 딴 생각을 하는 게 좋다는 말이다. 실제 쇼핑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될까. 연구팀은 가구점과 잡화점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사는 데 걸린 시간과 구매 몇 주 뒤 상품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를 조사해 비교했다. 조사 결과 간단한 소비재를 산 잡화점의 고객들은 상품 선택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일수록 상품 만족도도 높았다. 그러나 가구점에서는 정반대로 고민을 덜 한 경우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 주방용 장갑이나 샴푸처럼 간단한 소비재는 판단에 그리 많은 정보가 필요하지 않다. 앞서 실험에서 4가지 항목만으로 자동차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이때는 정보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처리할수록 제대로 된 판단을 하게 된다. 반면 가구나 실제 자동차처럼 아무리 시간을 많이 들여도 고려할 사항이 너무 많을 때는 판단이 잘 서지 않게 된다. 이때는 ‘무의식’에 맡겨야 한다는 것. 연구팀은 “잠시 고민을 접으면 뇌에서 각종 정보를 종합, 처리해 자신도 모르게 올바른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쥐에게 반복 학습을 시킬 때도 도중에 적어도 한 시간 이상 휴식기를 줄 때 학습효과가 크다고 한다. 또 밤새 문제에 매달린 사람보다 도중에 잠시 잠을 잔 사람이 두 배나 더 문제를 잘 풀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김대수 교수(생명과학과)는 “잠을 자든 딴 생각을 하든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분석할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희섭 학습기억현상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잠을 잘 때와 마찬가지로, 깨어있는 동안에도 고민거리에서 벗어나 있으면 뇌에서 그 전에 받아들인 정보가 정리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뇌가 여유가 없을 땐 판단이 제대로 되질 않아 반품이 늘 수 있다. 김대식 교수는 홈쇼핑에서 반품이 많은 이유를 “입학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거나 마감이 임박했다는 식으로 판단을 재촉해 뇌가 정보를 제대로 처리할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상품과 전혀 관련 없는 현란한 복장의 도우미가 등장해 뇌에서 상품과 상관 없는 이미지가 자리잡게 만든다는 것. 반품이 늘어도 워낙 많이 팔리니 밑지지 않을 터. 홈쇼핑엔 뇌 전문가가 있나 보다.
|
'생활의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프로게이머, 뇌부터 다르다” (0) | 2009.04.02 |
---|---|
전기세 누진제의 진실 (0) | 2009.04.02 |
자동차 주행시 기름 절약하는 에어컨 사용법 (0) | 2009.04.02 |
당신의 콘텍트렌즈, 안전하게 착용하시나요?…심하면 ’실명’ 위험 (0) | 2009.04.02 |
눈을 찌푸리면 잘 보이는 이유 (0) | 2009.04.02 |
활성산소 (0) | 2009.04.02 |
진드기 없애기 (0) | 2009.04.02 |
컴퓨터를 오래하면 눈이 나빠지나요? (0) | 2009.04.02 |